1. 전체 줄거리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고생 끝에 집을 장만하고 방 한 칸을 세 놓는데 한 노동자 가족이 그 방에 들어온다. 그 노동자(권씨)는 성남 택지 지구 개발이 시작될 때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철거민의 권리를 사들였으나 당국의 불합리한 요구에 의해 꿈이 무산되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맞선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철거민들의 투쟁을 주도하게 되고 그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경찰의 사찰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어서 그가 '나'의 집에 이사를 온 후 관할 경찰서 순경이 '나'에게 찾아와 그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 보고 혹시라도 의심스러운 면이 있으면 꼭 알려 달라는 당부를 하고 간다. 이후에도 권씨가 실직을 한다든지 하는 작은 신상의 변화가 있을 때면 늘 순경이 '나'를 찾아와 권씨에게 특이한 동향은 없었는지 묻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학생들의 가정 방문을 위해 '별나라' 부착 근처를 지나던 도중, 공사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권씨를 만난다. 그 날 밤, 늘 수줍어하고 집주인인 '나'에게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던 권씨가 소주를 들고 안방으로 '나'를 찾아온다. '나'와 권씨는 함께 술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날부터 '나'의 아내는 권씨의 아내가 해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나'는 권씨에게 해산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네 보지만 권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권씨의 아내는 산통이 심해져 한밤중에 권씨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옮겨진다. 다음 날 권씨는 학교로 '나'를 찾아와 돈을 빌려 줄 것을 부탁하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권씨는 힘없이 돌아선다. 권씨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권씨에게 암만의 빚을 지고 있음을 깨달은 '나'는 권씨 대신 입원비 보증금을 내게 되고 권씨의 아내는 무사히 아들을 낳지만, 권씨는 출산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날 밤, '나'의 집에 강도가 들이닥친다. 강도는 신발을 벗고 양말 바람으로 안방에 들어왔으며 심지어 들고 들어온 칼을 떨어뜨릴 정도로 무언가 어설펐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강도가 권씨임을 알게 된다. 강도는 결국 술 냄새를 풍기면서 다시 돌아간다. 그 날 이후 권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며칠 후 '나'는 처음으로 세를 준 문간방에 들어가 본다. 그 방 안에는 한 켤레가 빠진 아홉 켤레의 구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2. 작가 윤흥길
- 출생: 1942년, 전라북도 정읍 출생.
- 문단 데뷔: 1968년, 단편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로 등단.
- 문학적 경향:
-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
- 노동자, 도시 빈민, 이산가족 등 소외된 계층의 삶과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
- 대표작: <장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야호> 등.
3. 권씨와 구두
대학을 나온 '나'가 직장과 가정에 매몰되어 있을 때, 대학을 나온 권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활'을 포기하게 되고 전과자가 된다. 따라서 아침마다 정성스레 구두를 닦는 권씨의 행동은 마지막 남은 그의 자존심을 확인하는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안동 권씨'이고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호기롭게 이야기하고 막노동 현장에서도 사무원들이나 입을 법한 옷차림을 하는 것을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구두- 안동 권씨- 막노동판의 옷차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징들은 권씨가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자존심의 끝자락인 것이다. 권씨가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원천은 이와 같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이었다.
'나'는 권씨의 이러한 상징적인 행위들을 아무런 사심 없이 관찰하고 기억을 통해 재현한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귀찮은 것처럼 느껴졌던 권씨를 통해 '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장과 가정에 매여 자존심이라는 것을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나'의 눈에 권씨의 구두는 그를 홀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유력한 장치인 것이다. 왜냐하면 권씨는 비록 그기 가난하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망정 자존심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의 병원비마저 마련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권씨의 자존심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어설픈 강도짓'을 벌임과 동시에 관계 일반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 '나'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권씨
이 소설의 미학은 이러저러한 삶의 역정을 지낸 온 권씨의 이야기를 '나'라는 존재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 한다는 사실에 있다. 대학을 나온 초등 학교 교사인 '나'는 작품을 쓸 당시의 작가 자신이라도고 볼 수 있는데 평범한 소시민의 전형이다 젊은 시절의 열정이 사글ㄹㄹ라들고 직장과 가정으로 대별되는 생활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나'는 철저한 생활인에 다름 아니다. 다만 권씨와 같은 사회적 하층민들에 대한 날름의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잃지 않고 있을 뿐이다. '나'가 권씨와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하고 그의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해 주는 등의 행동은 이러한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흔들림을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은 평범한 소시민의 눈을 통해 사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버린 사회적하층민들의 아픈 삶을 담담하게 그려 낼 수 있었던 것이다.
5.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1. 구성
- 1인칭 시점으로, '나'의 취재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 플래시백과 현재 시점이 교차되며, 구두와 남성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엮어낸다.
- 희망과 절망이라는 대비적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 주제
- 도시 빈민의 비극적 현실:
-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개인들의 고통과 좌절을 드러냄.
- 인간 소외:
-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인간적 존엄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묘사.
- 사회 비판:
-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부작용을 고발하며 사회 구조의 문제를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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