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의 〈물레방아〉는 일제강점기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근대 문학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소설은 1925년에 발표되었으며, 인간 본성과 욕망, 전통과 근대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 신치규와 하인 방원과 방원의 아내의 삼각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쫓겨난 방원이 신치규에게 몸을 바친 아내에게 같이 살자는 간청을 거절당하자 칼로 아내를 찌르고 자결하는 비극적인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물레방아'의 상징적 성격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작품의 비극성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1. 줄거리
어느 가을 밤 달이 유난히 밝은 날 물레방앗간 앞에서 신치규는 방원의 아내가 탐이 나서 방원을 내쫓고 같이 살 흉계를 꾸민다. 방원의 계집 역시 본래 지조가 없고 방원과 살기 전에도 남편이 있었던 창부형의 여자였다. 아들만 낳아 주면 재산이 다 네 것이 된다는 신치규의 꾐에 빠진 방원의 아내는 방원을 배반하기에 이른다.
방원은 자꾸만 낌새가 달라져 가는 아내를 타이르고 바른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그것이 허사임을 깨닫는다. 그는 홧김에 아내를 구타하고 나갔다가 고주망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를 기다릴 줄 알았던 아내는 집에 없다. 이웃집으로 달려간 방원은 자신의 아내가 머리 단장을 하고 물레방앗간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단숨에 물레방앗간 쪽으로 달려간 방원이 그 곳에서 목격한 것은 아내와 신치규다. 아내와 신치규가 함께 방앗간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방원은 분에 못 이겨 신치규를 죽어라 패고 아내와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아내에게 거절 당하고 상해죄로 석 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철창 신세가 된 동안 신치규와 아내가 동거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방원은 밤중에 신치규가 사는 집으로 찾아간다. 그는 옛날의 정을 생각해서 아내에게 도망갈 것을 애원해 보지만 허사가 된다. 마침내 방원은 품고 갔던 칼로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다.
2. 방원의 비극적 환경 조건
이 작품에서는 불운한 머슴인 이방원이 울분을 터뜨릴 만한 충분한 환경적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사건은 부잣집 주인 신치규와 창부형인 방원의 아내가 물레 방앗간에서 정사를 맺는 것에서 시작되어 신치규가 계집을 빼앗으려는 음모를 가지고 이방원을 막실살이로부터 쫓아내려는 장면에서 점차적으로 고조되며, 결국에는 방원이 살인과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울분을 떠뜨리는 극한 상황까지 유도한다. 즉 이 작품에서 방원이 처한 환경적 조건은 이후 방원으로 하여금 자기 존재의 회복을 위해 필연적으로 폭발적인 저항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갈등의 동기로서의 '돈'
이 작품에서 갈등의 동기가 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식욕과 성욕을 충족시키는 대상의 상실이다. 또한 방원의 계집이 그를 배신하는 궁극적인 원인도 돈이다. 방원이 안주인 마님에게 사정 좀 해 보라는 권고를 앙탈하며 거부하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한 후 취중에 푸념하는 대목 역시 돈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돈 때문에 아내를 뺏긴데 대해 방원이 울분을 터뜨리는 것과 부당한 이유로 방원을 막실살이로부터 쫓아내려 하고 방원의 아내와 음행(淫行)을 자행한 신치규의 처사에 대해 방원이 살인을 하는 것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3. '물레방아'의 배경과 상징적 의미
<물레방아>는 아내를 주인에게 뺏긴 머슴의 비애를 그린 비극적 소설이다. 머슴인 이방원의 아내가 신치규라는 주인 늙은이와 음행을 하고 남편을 배신하자 방원은 이를 참지 못하고 살인극까지 벌인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적 갈등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물레방아'라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작품은 서두부터 물레방아를 언급하고 있다. 곧 서두에서의 '덜컹덜컹 홈통에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겻가루가 켜켜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 나온다.'는 언급은 물레방아가 작중 인물들 간의 사건을 암시하는 배겨이 되오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은 물레방아를 배경으로 하여 토속적인 농촌의 목가적인 자연 정취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운명의 수레'라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숙명성을 나타내기 위해 물레방아를 보조 관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레방아는 낭만적인 서정을 함축하고 있으면서도 성적인 분위기를 안겨 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만난 것도 역시 물레방앗간이었다. 이러한 물레방아의 복합적인 상징력이 방원의 아내와 신치규가 벌이는 정사 사건과 방원이 벌이는 살인극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4. 가난과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
<물레방아>의 결말 처리 방식은 복수극으로 이루어진다. 머슴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이바우언은 그의 아내가 주인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어 자신에게 잔혹할 만큼 냉담하게 대하는 데에 굴욕을 느낀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부도덕한 행동과 주인의 횡포에 적극적인 대항을 꾀하다가 오히려 투옥된다. 감옥에서 풀려 나온 그는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자기에게 돌아올 것을 애원한다. 그러나 아내는 이를 거절하고 그는 아내를 찌르고 자살한다. 이 소설은 주인과 종이라는 계급적인 대립과 갈등을 보여 주면서도, 본능적인 육욕의 문제와 물질에 대한 탐욕이 빚어 내는 인간성의 타락을 그려 내고 있다. <물레방아>에서 제시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가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적 조건을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연결시켜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며, 특히 '물레방아'가 삶의 과정을 암시하면서도 본능을 상징하는 소설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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