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소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728x90
반응형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소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1960년대 서울의 사회적 맥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다루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김승옥이 1965년에 발표했으며, 그의 감각적이고 세밀한 문체를 통해 근대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기의 서울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생생히 묘사한다. 

 

이 작품에는 세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나'와 '안', 그릐고 선술집에서 만난 30대의 사내가 그들이다. 그러나 '나'와 '안'은 그 사내와는 확연히 부별되는 인물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25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철저히 개인주의로 무장한 인물들이고, 30대의 사내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상대방에게 공동체적인 심성을 요구하는 인물이다. 세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서사 구성의 기본 축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 관계의 새로운 양상과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작품 배경과 주제

  1. 사회적 배경
    • 이 작품은 196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서울은 기회의 도시로 떠올랐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고립되는 경험을 했다.
  2. 주요 주제
    • 소외와 고독: 도시의 익명성과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주요 주제이다.
    • 삶의 무의미함과 불안: 등장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느끼는 삶의 허무함이 도시의 삭막함과 연결되어 묘사된다.
    • 도시와 인간: 도시적 삶에서의 소통 부재와 인간성 상실이 드러난다.

줄거리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나'는 안씨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자기 소개를 끝낸 후 얘기를 시작한다. 파리를 사랑하느냐,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 등의 무의미한 질문을 주고 받거나 사소하지만 완전히 자신만의 소유인 사람들에 대해 다투어 이야기한다.

 

'나'는 '안'을 이상히 생각한다. 부잣집 아들이고 대학원생인 사람이 추운 밤, 싸구려 술집에 앉아 '나' 같은 사람이나 간직할 만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스러운 것이다. 이에 대해 '안'은 밤에  거리로 나오면 모든 것에서 해방된 느김이기 때문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와 '안'이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말을 걸어와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 요리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 뇌막염으로 죽었고 그녀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직업은 서적 월부 판매 외판원이라는 것, 옛날에 부인과 재미있게 살았다는 것 등을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며 말을 계속 한다. '나'와 '안'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 버리고 싶어했고, 두 사람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주기를 부탁한다. 

 

중국집에서 나와 세 사람은 양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사고 귤도 산다. 돈의 일부를 써 버렸지만 아직도 얼마의 돈이 남아 있다. 그때 그들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지나갔고, 사내는 소방차 뒤를 따라가길 원한다. 그들은 택시를 타고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해서 불구경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불길을 보고 아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남은 돈과 돌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 버린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 되었고, '나'와 '안'은 약속한 대로 가려 했지만 사내는 두 사람을 붙잡는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밤만 같이 지내길 부탁하며 여관비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함께 들르길 요청한다. 사내는 남영동의 한 가정집 대문 앞에 멈춰 벨을 누른다. 그리고 울음을 떠뜨리며 월부 책값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다. 세 사람은 거리로 나와 여관으로 들어간다. 여관에 들어가서 방을 몇 개 잡을 것인가에 대하여 약간의 이견을 갖게 되나 결국 각자 방을 정한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다. '안'과 '나'는 성급히 거리로 나온다. '안'은 그 사내가 죽을 줄 알았따는 것, 그래서 유일한 방법으로 혼자 놓아둔 것이라고 말한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줄거리 요약

  1. 등장인물
    • 화자(1인칭): 이야기를 서술하며 평범한 인물로 도시의 고독을 체험하는 인물.
    • 안: 기자로, 화자의 친구. 차분하고 지적인 인물로 보이나 내면의 불안정성이 드러난다.
    • 사내: 우연히 두 인물과 얽히게 되는 외로운 노인으로, 이야기의 핵심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
  2. 줄거리 전개
    • 화자와 안이 밤거리를 거닐던 중 술집에서 노인을 만나게 된다.
    • 사내는 자신의 아내가 죽고 난 후 가족과의 관계도 끊어졌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털어놓는다.
    • 세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외로움과 고독을 확인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어떤 해결책도 주지 못한 채 헤어진다.
    • 이야기의 끝에서 화자는 사내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며, 이는 작품 전반에 깔린 허무와 고독의 정서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의 문학적 특징

  1. 감각적 묘사
    • 김승옥의 문체는 감각적이고 세밀하다. 그는 도시 풍경과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2. 현대적 서사구조
    • 전통적인 갈등과 해결 구조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사건보다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3. 미완성과 열린 결말
    • 이야기는 뚜렷한 해결책 없이 끝나며, 이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말 처리 방식에 담긴 작가의 의도

가난에 찌들어 아내의 시체를 해부 실험용으로 팔아 버린 사내의 과거사 역시 '나'와 '안'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데 실패한다. '나'와 '안'은 눈앞에 보이는 인간의 비참함보다 자기 육체의 피로함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는 존재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묘사함에 있어서 작가가 일말의 감정적 개입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작품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감정을 배제한 이러한 '고압적 드라이 터치'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나'와 '안'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특별한 인물들이라기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인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단지 1964년 겨울, 서울 한복판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시화, 현대화가 가속되는 사회 속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일 수도 있다.  

 

의의와 평가

『서울, 1964년 겨울』은 단순히 개인적 이야기를 넘어 당시 도시화와 근대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인간 소외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김승옥의 세밀한 문체와 심리 묘사는 이후의 한국 현대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 작품은 여전히 한국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728x90
반응형

'현대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경리의 '불신시대'  (3) 2025.01.19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0) 2025.01.18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 2025.01.17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0) 2025.01.17
나도향의 '물레방아'  (0) 2025.01.15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0) 2025.01.15
이상의 '날개'  (0) 2025.01.14
채만식의 '치숙'  (1) 2025.01.14